문화생활이 편하고 좋긴 하지만 문화에 젖어 살다 보면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고 그대로 따라가는 경우가 보통입니다. 극히 힘들거나, 괴롭거나, 불편하지 않다면 말입니다. 그런데 영적인 문제의 발단은 바로 이 시점입니다. 힘들거나 불편하거나 괴롭지 않다면 별다른 질문을 하지 않고 그냥 하던 대로 하고 살던 대로 살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면 그 문화 속에서 태어난 사람은 그 사회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을 태어나면서부터 전수 받으며, 대부분의 사람은 전수 받은 그대로 살아갑니다.
그렇다고 이렇게 사는 것이 문제는 아닙니다. 오히려 그렇게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말썽이지요. 그러나 신앙인이라면 꼭 해야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우리가 이 시대의 문화를 통해 전수 받은 가치관, 사고방식, 생활방식 등이 우리에게 실제로 좋은 것이냐는 질문입니다. 우리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냐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질문은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질문과 직결되는 것이지요.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기에 옳고, 우리가 생각하기에 신앙적이고, 우리가 생각하기에 도덕적으로 살 때가 많습니다. 누가복음 15장의 두 아들도 자기 생각대로(인간적) 살았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아버지께 죄를 지었거나 아버지께 효도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 비유에서의 핵심은 그들이 어떻게 살았고 거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였느냐가 아니라, 그 아버지가 어떻게 보고 생각하시느냐(영적)인 것이며 더 나아가 우리가 그 아버지의 생각, 곧 마음을 아느냐 모르느냐였던 것입니다.
큰아들은 어떻게 살았습니까? 성실하게, 착실하게, 법대로 살지 않았습니까? 그 반대로 작은 아들은 어떻게 살았습니까? 집을 나가서 허랑방탕하였습니다. 인간적으로 보면 큰아들은 칭찬받아야 할 것이며, 작은 아들은 죽도록 맞고, 남의 손가락질 받고, 통탄하며 살아야 마땅한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들이 어떻게 보았고, 어떻게 살았고 또 어떻게 남들에게 보였느냐가 아니라, 그들의 아버지가 어떻게 보았느냐는 것입니다.
아버지는 그들이 아버지의 사랑을 이해하고 그 마음을 알아주기를 원하는 것 외에는 바라는 것이 없었습니다. 모든 것을 소유하고 있는 분이 무엇이 필요했겠습니까? 아들들이 아버지의 그들을 향한 안타까운 심정을 이해해 주기를 바랐던 것입니다. 그래서 측은히 여기시고 받아주시고 용서하시고 잔치까지 벌이지 않았습니까? 하인들이 볼 때 매 맞아 죽어 마땅한 녀석을 그렇게 받아주시는 주인이 이해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잔치를 벌이자고 했을 때 머뭇거렸던 것입니다. 맏아들도 도저히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심통이 나서 잔치에 참여 하지도 않았습니다. 인간적으로 생각할 때 하인들이나 맏아들이 이해가 되지만, 아버지의 마음은 안타깝기만 했던 것입니다. '왜 살아 돌아온 아들을 반기는 아버지가 이해되지 않는가?'
바로 여기에 인간적인 관점과 신앙적인 관점의 차이가 있습니다. 신앙적인 관점은 우리의 행동이나 실적과는 상관없이, 우리를 사랑하시고 받아주시고 용서하시고 높여주시는 하나님을 이해하고 믿고 의지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허랑방탕했든지, 집 안에서 착하게 살았든지 상관없이, 우리의 삶의 회복(영생)과 앞으로 벌어질 하나님과의 동행(교제)에 열심을 두신 하나님의 사랑을 믿고, 그 앞에 담대히 나아오는 것입니다 (히브리서 11:6).